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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ond Chapter : Interview with Tara Harris (Korean ver.)

「The Artist’s Muse」 인터뷰 시리즈 제10회의 주인공은, 무의식 속의 생각과 감정을 ‘아름답게 추상화된 풍경’으로 그려내는 화가, 타라 해리스 입니다. 그녀는 직관과 움직임, 그리고 본능에 이끌려 작업하며, 특정한 장소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오히려 ‘내면의 지형 (inner terrains)’을 표현합니다. 그녀의 작품 속 풍경은 유동적이고 덧없으며, 화면 위에서 형태가 자연스럽게 변하고 녹아들고 다시 재구성됩니다. 그녀가 다시 예술 활동으로 돌아오게 된 배경에는, 그녀 자신의 삶의 여정이 깊이 깃들어 있습니다. 교사로서, 그리고 가족을 돌보는 사람으로서 30년을 보낸 후, 어느 날 우연히 친구의 화실에서 목탄을 집어 든 순간이 다시금 창작의 열정을 일깨웠습니다. 이후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깊은 슬픔을 경험하면서, 그녀의 회화는 ‘치유’와 ‘마음의 회복’을 위한 매일의 기도와도 같은 행위로 변화해 갔습니다. 초기에는 초현실주의의 ‘오토마티슴(자동기법)’에 끌렸지만, 점차 사진적 참조를 내려놓고 예기치 못한 형태의 자유에 자신을 맡기게 되었습니다. 그녀에게 있어 그림이란 고요한 대화와 같은 행위입니다. 어떤 형태를 끌어올리고, 또 다른 형태는 부드럽게 닦아내며 — 그녀는 미리 그린 밑그림 없이 캔버스 위에서 한 붓 한 붓 문제를 풀어가듯 작업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그녀는 깊은 만족과 평화를 느낍니다. 진행 중인 「Talking Landscapes」 시리즈에서 그녀의 풍경은 사유와 기억을 담는 그릇이 되어, 자연의 의인화를 통해 생태적 긴장감과 인간의 연결성이라는 주제를 부드럽게 포개어냅니다. 그녀의 회화는 고정된 서사를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로르샤흐 테스트의 잉크무늬처럼, 심리적 개방성을 품고 있습니다. 관람자는 저마다의 기억과 감정을 작품 위에 투영하며, 그 만남은 오로지 개인적이고, 유일무이한 경험으로 변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을 그녀의 직관적이고 치유적인 창작의 여정으로, 고요한 성찰과 회복, 그리고 마음 깊은 곳의 세계를 부드럽게 ...

The Second Chapter : Interview with Ellen Essen (Korean ver.)





제2장 ‘예술가의 뮤즈: 당신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의 여섯 번째 인터뷰로 소개되는 이번 대화는 에센 엘렌(Essen Ellen)의 매혹적인 작업 세계를 조명합니다.

에센에게 페인팅은 단순히 대상을 재현하는 행위를 넘어, 깊은 차원에서의 ‘자아 회복’을 의미합니다. 미술사라는 이론의 그늘과 일상의 요구 속에 묻혀 지낸 30년의 공백기 끝에, 그녀의 창의성은 예기치 못한 영화적 만남을 통해 다시 깨어났습니다. 한국 배우 송중기가 지닌 ‘천사 같으면서도 어두운’ 존재감에 대한 본능적인 공명으로 시작된 그녀의 작업은, 이제 독일의 작은 중세 마을과 동아시아의 역동적인 문화 경관을 잇는 정교한 예술적 언어로 진화했습니다.

인터뷰 전반에 걸쳐 에센은 초상화를 ‘영혼의 지도’로 바라보는 자신의 철학을 반추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뮤즈를 단순한 팬덤의 대상이 아닌, 인간 존재의 보편적 이중성—강인함과 취약함, 빛과 그림자, 침묵과 절규—을 탐구하는 필수적인 매개체이자 그릇으로 묘사합니다. 그녀의 여정은 ‘매개되지 않은 날 것의 힘’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이는 출산의 강렬함과도 닮아 있습니다. 캔버스는 마침내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창의성이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쉬는 공간이 됩니다.

이러한 감수성은 그녀의 작품 <더 파이터(The Fighter)>에서 강렬하게 형상화됩니다. 현대 느와르 영화의 거친 사실주의와 고대 조각상 ‘퀴리날레의 권투선수’가 지닌 고전적 무게감에서 동시에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그녀의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시각적 증거입니다. 이는 직관과 용기 사이의 협상이며, 찰나의 진정한 본질을 포착하기 위해 대담한 붓질과 ‘회화적 폭력’을 기꺼이 감수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에센에게 모든 초상화는 궁극적으로 자화상입니다. 타인의 눈에 비친 예술가 자신의 ‘예민한 영혼’을 투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여정에 대한 깊은 경의를 담아 편집된  대화는 국경과 시간을 초월한 변화의 순간을 목격하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하나의 영감이 어떻게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는 커다란 울림으로 번질 있는지, 그리고 예술이 무엇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다시 찾는 용기에 관한 일임을 대화는 증명해 보입니다. 엘렌 에센의 시선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뮤즈의 눈길을 따라 우리 내면의 가장 친밀한 파편들과 마주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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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귀중한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가님을 뵙게 되어 정말 기쁘네요먼저 작가님에 대한 소개와 작업 세계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예술가로서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시는지그리고 현재 어떤 작업에 몰두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A. 한 독일 시인의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네요. “인간의 얼굴에는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마법이 숨어 있다.” 예술가로서 저의 역할은 바로 그 숨겨진 마법을 찾아내어 눈에 보이는 형상으로 구현하는 것입니다. 저에게 얼굴이란 곧 ‘영혼의 풍경’과도 같습니다.


저는 사진처럼 정교하게 얼굴을 묘사하는 것에는 큰 흥미가 없습니다. 사실적인 재현은 사진이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해낼 수 있으니까요. 제가 갈구하는 것은 그 너머에 있는 ‘감정’을 가시화하는 일입니다. 저의 초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 안에 담긴 감정을 발견하고, 나아가 그 감정들과 대화를 나누도록 초대하는 매개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제가 깊이 경외하는 독일 표현주의의 전통—색채의 자율성과 외형의 구속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표현—의 계보를 잇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저의 창작적 뿌리는 18세기 후기 바로크 양식에 맞닿아 있습니다. 저는 거대한 수도원 성당을 중심으로 형성된 독일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유년 시절부터 학창 시절에 이르기까지, 저는 그곳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시간을 보내며 관찰하고 스케치하고 그 분위기를 흡수했습니다. 건축과 빛, 그리고 화려한 장식들이 어우러진 그 극적인 세계는 예술을 바라보는 저의 심미안을 형성하는 결정적인 토대가 되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취약함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남성 초상화, <자아의 파편들(Fragments of Self)> 완성했습니다. 간결한 붓질은 표면 아래 숨겨진 층위들을 암시하며, ‘파편이라는 제목처럼 끊임없이 변화하고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으면서도 굴하지 않는 회복력을 보여줍니다. 배경의 짙은 푸른색은 젊음의 에너지를 전달하며, 이는 셔츠의 순수함과 대비를 이룹니다. 사이로 스며든 은은한 회색과 황금빛 조각들, 그리고 시안(Cyan) 마젠타(Magenta) 변주들이 섬세하고 영롱한 층을 이루며 하나의 작품으로 엮여 있습니다.






Fragments of Self






Q.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의 가장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특별한 뮤즈가 작가님께 처음 의미 있게 다가온 순간은 언제였는지당시의  만남에 대해 들려주실  있을까요?


A. 최근 완성한 작품 <자아의 파편들(Fragments of Self)>은 한국의 배우 송중기 씨에게서 영감을 얻었으며, 구체적으로는 《엘르 코리아》(2025년 9월호)에 실린 화보를 모티프로 삼았습니다.


그가 저의 내면과 예술 세계에 의미 있는 존재로 들어온 건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4월,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접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어느 날 저녁, 알고리즘이 제게 <빈센조>라는 새로운 시리즈를 추천해 주었죠. 1화의 도입부, 화면 가득 채워진 한 남자의 얼굴과 독백은 단숨에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뒤이어 장면은 로마로 전환됩니다. 잠에서 깬 빈센조가 일어나 커튼을 걷고, 성 베드로 대성당을 향해 펼쳐진 지붕들을 내려다보는 장면이었죠. 그 순간의 빛은 실로 경이로웠습니다. 마치 르네상스 회화의 스푸마토(sfumato) 기법처럼 부드럽게 번져나가는 로마의 아침 햇살, 그리고 그 중심에 놓인 천사처럼 온화하고 영롱하게 빛나는 얼굴. 그 찰나의 이미지는 제 안에 잠들어 있던 수많은 기억과 연상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극이 전개될수록 인물이 결코 천사가 아니며, 어둡고 도덕적으로 복합적인 면모를 지닌 캐릭터라는 사실이 명확해졌습니다. 하지만 저를 깊이 매료시키고 예술적 여정의 불꽃을 지핀 것은 바로 지점이었습니다. 영화적 미장센이 주는 아름다움과 인물이 지닌 모호함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 그것이 저의 예술적 감수성을 강렬하게 자극했습니다.






Q.  영감의 원천을 처음 마주했을  어떤 감정을 느끼셨나요 경험 이후 작가님의 예술적 방향성이나 작업 방식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그 영감의 원천을 처음 마주했을 때, 저는 형언할 수 없는 깊은 공명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마치 아이를 낳을 때 겪었던 육체적, 감정적 강렬함을 다시 마주하는 것과 같았죠. 저는 다섯 아이를 약물의 도움 없이 자연 분만으로 세상에 맞이했는데, 그때 경험했던 그 '매개되지 않은 날 것의 힘'과 '존재의 현존감'은 제 안에 깊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화면을 채운 따스한 색채들, 솟구치는 에너지, 이탈리아어로 들려오는 목소리, 그리고 사운드트랙까지. 모든 프레임은 마치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는 듯한 완벽한 몰입감을 선사했습니다. 저는 그 장면들을 반복해서 보며, 마치 익숙한 감촉이나 오래된 멜로디를 흡수하듯 온몸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당시에는 제 안에서 어떤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지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나소스 섬에서 며칠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해변에 앉아 끝없이 펼쳐진 지중해의 푸른 빛을 바라보며 피부에 닿는 햇살을 느끼던 중, 내면의 감각은 더욱 깊어졌고 마침내 자발적이면서도 명확한 결심에 도달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그림을 그리겠다'는 다짐이었죠.


어린 시절과 청년기 내내 저는 그림 그리기를 사랑했고, 예술 전공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 재능을 믿을 만큼의 확신이 부족했죠. 결국 저는 창작 대신 미술사라는 이론적인 길을 선택했고, 그 과정에서 저의 창의성은 침묵해야만 했습니다. 거장들의 위대함에 둘러싸여 저는 늘 제 자신이 너무 작고 부족하게만 느껴졌거든요. 대학 졸업 후에는 행정직으로 일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지냈습니다. 수년 동안 시간도, 뮤즈도 없었죠. 하지만 그 모든 시간 아래에서도 창의성은 여전히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이 수면 위로 터져 나온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온 저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절 가장 좋아했던 재료인 오일 크레용을 샀습니다. 놀랍게도 즉시 수많은 이미지와 장면들이 머릿속에 휘몰아쳤고, 그것들은 당장이라도 형상화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때가 2021 6월이었습니다. 30년이라는 공백을 깨고 저는 다시 붓을 들었고, 그날 이후 하루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The Kiss





Q. 작가님께 뮤즈는 주로 어떤 형태로 다가오나요시각적인 이미지인가요아니면 소리나 공간의 기류혹은 특정한 감정인가요 영감이 지닌 구체적인 특징이나 성격에 대해 자세히 들려주실  있을까요?


A. 저의 뮤즈는 주로 시각적인 이미지, 특히 배우 송중기 씨의 사진이나 영화 속 한 장면의 형태로 다가옵니다. 온라인상에는 수많은 그의 이미지가 존재하지만, 그중 오직 특정한 찰나만이 제 내면과 진정으로 공명합니다. 그 이미지들은 제 안에서 내밀한 대화와 성찰을 불러일으키죠. 특히 그의 '눈'은 저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짙은 눈동자의 색조와 그 형태 안에는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애수 어린 긴장감이 서려 있습니다. 슬픔과 강인함, 취약함과 단호함이 묘하게 뒤섞여 있는 것이죠.


제가 초상화를 '영혼의 풍경'이라고 정의한다면, 영감의 시작이 사진이나 스크린샷은 풍경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기 위해 면밀히 들여다봐야 하는 '지도' 같습니다. 저에게 뮤즈는 단순히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할 있도록 돕는 하나의 매개체이자 가이드입니다. 팬이 스타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복제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저는 영감의 원천으로부터 저만의 방향을 설정하고 나아갈 뿐입니다.





Q. 작가님의 뮤즈를 가장 강력하게 구현하고 있는 특정 작품 점을 소개해 주실 있을까요? 초기 영감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은 어떠했는지, 과정에서 마주한 도전이나 새롭게 발견한 사실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저의 작품 <더 파이터(The Fighter)>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 작품 역시 강인함과 취약함, 위험과 화해 사이의 '긴장감'을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작품 속 두 눈은 낮과 밤처럼 서로 다른 표정을 짓고 있죠. 왼쪽 눈은 피로에 지쳐 겨우 뜨고 있는 반면, 오른쪽 눈은 무언가 경고를 보내듯 관객을 똑바로 응시하며 깨어 있습니다. 팔의 동작 또한 이러한 이중성을 뒷받침합니다. 왼쪽 팔은 주먹을 꽉 쥔 채 긴장되어 있지만, 오른손은 왼쪽 팔에서 풀려나온 붕대를 무심한 듯 느슨하게 쥐고 있습니다. 싸움은 끝났지만, 과연 누가 승리했는지는 여전히 모호합니다.


이 작품에 대한 영감은 2023년 12월 초에 찾아왔습니다. 그해 10월, 송중기 배우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으로 출연한 느와르 영화 <화란>이 개봉했었죠.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떠돌던 짧은 클립들이 제 안에서 내밀한 대화를 촉발했습니다. 보통 제 작업은 내면에 저장된 인상들이 갑자기 구체적인 형상으로 떠오르며 시작되는데, 이번에는 '복서'의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처음에는 두꺼운 빨간 글러브를 낀 모습을 구상하며 핀터레스트에서 관련 이미지들을 찾아 저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반드시 대형 캔버스에 구현해야 한다고 직감했지만, 연말이라 재료도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대신 '치건'이라는 캐릭터에 매료되어 있던 터라, 계절감을 담아 <목자(Shepherd)>(40x50cm, 2023)라는 작은 초상화를 먼저 그렸습니다.


그 후 연말에 앓아누워 2주간 회복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5월로 예정된 로마 여행을 준비하며 가이드북을 뒤적이고 있었는데, 문득 유명한 고대 조각상 '퀴리날레의 권투선수(Boxer of the Quirinal)'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명확해졌죠. 나의 파이터는 글러브가 아닌 '붕대'를 감아야 한다는 것을요. 그때부터 이미지는 제 안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를 잊지 않기 위해 작은 스케치를 남겼습니다. 1월 말, 주문한 캔버스가 도착하자마자 저는 모든 여유 시간을 쏟아부어 작업에 매달렸습니다. 저는 정교한 밑그림을 그리지 않습니다. 그림은 자유롭고 직관적으로 진화해 나가니까요. 일주일 뒤, 복서의 형상이 거의 완성되었지만 여전히 무언가 부족했습니다.


그런 순간 저는 종종 화집을 펼치곤 합니다. 그때 막스 베크만(Max Beckmann)의 <검은 옷을 입은 자화상>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제 복서에게 더 큰 에너지와 힘, 그리고 더 강렬한 '회화적 몸짓'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죠. 넓은 붓을 들고 대담한 검은 선으로 인물의 윤곽을 잡고, 배경을 하나로 통합하며, 스패튤라와 흰 물감으로 얼굴을 다시 내리치는 데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마치 작품에 '폭력'을 가하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죠. 하지만 그것이 바로 그 작품에 절실히 필요했던 과정이었습니다.


작품이 시인 친구에게 영감을 주어 시로 탄생하고, 평론가들에게도 따뜻한 호평을 받아 무척 기쁩니다.





Fighter





Q. 시간이 흐르면서 뮤즈와의 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 부분이나, 새롭게 발견한 지점이 있다면 들려주실 있을까요?


A. 처음에는 제게 일어난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정리가 필요했습니다. 사실 '뮤즈'라는 개념은 미술사를 공부할 때 처음 접했었죠. 우리는 흔히 살바도르 달리의 갈라(Gala)나 렘브란트의 여인들을 떠올리곤 하니까요. 솔직히 그때의 저는 뮤즈라는 단어를 그저 예술가의 연인을 지칭하는 다분히 시적인 수식어 정도로만 치부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직접 경험을 통해, 영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와 뮤즈의 관계는 단순한 매혹을 넘어, 더욱 깊고 지속적인 내면의 대화로 진화해 왔습니다. 뮤즈는 반드시 개인적인 인간관계에 얽매여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창의성을 자극하는 특정한 현존, 관념, 혹은 어떤 분위기 자체가 뮤즈가 수도 있죠.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존재를 신뢰하고 이끎을 따르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의 예술적 작업 방식뿐만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자아를 이해하는 방식까지도 변화시키도록 기꺼이 허용하고 있습니다.





Q. 영감과 연결되기 위해 일상 속에서 특별히 기울이시는 노력이 있으신가요혹은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정체기를 지나보내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저는 뮤즈를 통해 인상을 분석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깊게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느끼는 법을 배웠습니다. 전시회에 갈 때도 소위 ‘필수 관람작’을 쫓아다니지 않습니다. 대신 제 안의 무언가를 일깨우는 작품 앞에 멈춰 서죠. 때로는 스케치를 하고, 항상 메모를 남깁니다. 이런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고요한 ‘저장고’가 되고, 영감이 멀게만 느껴질 때 저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갑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이전의 작업들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그 작품들이 지금의 나를 통과하며 어떻게 다시 피어날지 궁금해하면서요. 올해 초, 두 명의 컬렉터가 저의 작품 <로마(Rome)>에 매료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작품을 다시 그려보겠다고 제안했죠. 결과물이 이전과는 필연적으로 다를 것임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탄생한 새로운 버전은 <시에나(Siena)> 되었습니다. 색조와 분위기가 토스카나의 풍경을 더욱 생생하게 연상시켰죠. 감사하게도 작품은 다시 한번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기쁜 마음으로 컬렉터의 품에 안겼습니다. <로마> 다시 그리는 과정이 저를 <시에나> 이끈 셈입니다. 이미지가 변화한 것은, 제가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뮤즈와 예술가, 그리고 시간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고요한 대화입니다.






Rome






Q. 작업을 하시다 보면뮤즈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지점에 도달하거나 힘겨운 벽에 부딪히는 순간이 있으셨을  같습니다 과정을 통해 작가님 자신 혹은 본인의 작업 방식에 대해 새롭게 깨닫게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눈치채셨겠지만, 저의 뮤즈는 단 한 순간의 섬광처럼 나타난 것이 아니라 제 삶과 일상의 리듬 전체를 재편하며 다가왔습니다. 예기치 못한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이 관계는, 제가 스스로 길을 찾아 나가는 법을 배워야만 했던 길고도 변혁적인 여정으로 진화했습니다.


처음부터 저는 제 작업에 확신이 있었고, 이 작업이 세상에 보여지기를 갈망했습니다. 작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나아가 저의 뮤즈인 그와도 닿기를 꿈꿨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독일의 작은 중세 마을에 사는 예술가가 어떻게 한국의 유명 배우에게 닿을 수 있을까?' 객관적으로 보면 참으로 터무니없는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업을 공유하며 다른 예술가들과 교류했고, 점차 인지도를 쌓으며 전시 기회와 후원을 얻어내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열망도 커졌죠. 기회는 2023년 봄, 가족과 함께 타이베이에 머물던 중 예기치 않게 찾아왔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서울행 주말 여행을 계획했고, 온라인으로만 알고 지내던 한 작가를 직접 만났습니다. 그의 전시장에서 갤러리 큐레이터인 서영 씨를 소개받았는데, 그녀는 곧 저의 소중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저의 뮤즈에 대해 이야기했고, 제 작품 카탈로그를 송중기 씨의 소속사에 전달해 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녀는 흔쾌히 수락했지만, 처음에는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죠.


그러다 그해 10월,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서영 씨가 무대인사가 예정된 영화 <화란>의 상영회에 제 카탈로그를 들고 참석한 것입니다. 그녀는 극장에서 저에게 영상 통화를 걸어 현장을 연결해 주었고, 그 순간 '불가능'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제 카탈로그를 흔들자 그가 다가왔고, 디지털 화면을 통해서였지만 마침내 그가 제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제 카탈로그를 받아 들고 사인까지 해주었죠.


순간은 정말 경이로웠습니다. 비록 가상이었지만 그와 마주하며 깨달은 사실은, 저의 뮤즈가 실제 인물이라는 물리적 실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체로 하나의 '현존(Presence)'이자 에너지, 그리고 독립적인 영감으로서 존재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저는 예술가로서 번째 공식적인 인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마이애미 아트 위크 전시, 밀라노에서의 수상, 그리고 로마에서의 개인전 제안까지 이어졌죠. 때때로 찾아오는 회의감과 고단함 속에서도, 저는 뮤즈가 시작해 여정에 대한 감사함과 회복 탄력성, 그리고 무엇보다 강한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Q. 관객들의 반응은 작가님과 뮤즈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관객을 통해 이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영감의 새로운 측면을 발견하게  경험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A. 유럽의 많은 관객은 저의 뮤즈인 송중기 씨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긴 머리를 한 작품 <사야(Saya)>(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모티프) 같은 초상화를 보고 여성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저는 이런 반응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저에게 이 작업들은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저의 내면을 표현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타이베이의 한 큐레이터는 제가 송중기라는 인물을 통해 제 안의 파편들을 발견하고, 그 덕분에 스스로의 내밀한 사유를 지각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해 주기도 했습니다. 알베르토 모이올리(Alberto Moioli) 역시 저의 그림들을 두고 "본질적으로는 예민한 영혼을 지닌 예술가의 자화상"이라고 평했죠. 처음에는 그 관점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그것을 최고의 찬사이자 격려로 여깁니다. 오스카 와일드가 말했듯, "감정을 담아 그린 모든 초상화는 모델이 아닌 예술가의 초상화"이니까요.


이 문제에 진지하게 직면했던 건 2023년 초였습니다. 한 갤러리스트가 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물으며, 특히 초상화에 계속 집중할 것인지 질문했죠. 그는 저에게 안주하는 곳에서 벗어나 더 다양한 얼굴을 그려볼 것과, 대상의 형상을 명확히 알아볼 수 있게 작업할 것을 권했습니다. 저는 그의 조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곧 그가 제안한 첫 번째 커미션(주문 제작) 작업인 '아기가 있는 가족 초상화'를 맡게 되었습니다. 저의 모든 기술적 역량과 감수성을 쏟아부어야 하는 도전적인 과제였죠. 작업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저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과정이 마치 수갑을 차고 그리는 것처럼 억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스스로 대상을 선택할 때 느꼈던 그 즐거움과 경쾌함이 사라져 버린 것이죠.


커미션 작업을 마친 직후, 저는 뮤즈를 그리고 싶다는 걷잡을 수 없는 충동에 휩싸였습니다. 늦은 저녁이었고 남은 빈 캔버스도 없었죠. 저는 더 이상 애착이 가지 않는 예전 그림 하나를 지워버리고 즉시 붓을 들었습니다. 그 뒤로 보기 드문 '몰입'의 상태가 이어졌고, 짧은 시간 안에 머릿속 이미지가 형상을 갖추어 나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 작업실로 돌아왔을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수정할 곳이 전혀 없을 정도로, 이젤 위에는 생동감 넘치는 인물이 서 있었거든요. 그렇게 탄생한 작품 <창문 너머(Behind the Window)>는 제가 차마 팔 수 없는 소중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 갤러리스트는 나중에 저에게 예술에 너무 '중독'되지 말라고 경고하며, 물건을 팔되 결코 소비하지 않는 딜러처럼 작품과 거리를 두라고 조언했습니다. 그의 입장에서는 맞는 말이었을지 모르지만, 저는 그와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경험은 저에게 본질적인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커미션 작업을 수락하더라도 예술적 자유를 최대한 보존해야 한다는 사실이죠. 이제 저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 의뢰인에게 분명히 밝힙니다. 저는 사진처럼 똑같이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제가 투영한 그 사람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라고요. 저는 저만의 '지도'를 찾기 위해 여러 사진과 인상들 사이에서 연결 고리를 느껴야 하고, 그 지도를 영감으로 채워 넣어야 합니다. 그런 공명 없이는 진정한 초상화가 탄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저는 생계를 위해 커미션 작업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기에, 이러한 창작의 자율성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여유가 있습니다. 만약 선택의 기로에 선다면, 저는 언제나 저의 뮤즈를 따르며 저만의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Behind the window


Wisdom of Age





Q. 귀한 시간 내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대화를 마무리하며 작가님의 앞날을 그려보고 싶은데요앞으로 작가님의 뮤즈는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거나 확장될 것이라 기대하시나요새롭게 탐험해보고 싶은 영감의 영역이 있다면 무엇인지그리고 그곳이 작가님을 매료시키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그것은 저조차 감히 예측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저의 뮤즈인 한국의 한 배우는, 처음에는 저에게 낯설지만 깊은 영감을 주는 감정 표현 방식을 통해 전혀 다른 문화적 맥락 속에서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 예기치 못한 만남으로부터 저는 저만의 독자적인 예술적 언어를 구축하기 시작했죠.


이제 저는 그 언어를 사용하여 더 넓은 대화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저의 뮤즈와, 저의 관객들과, 그리고 제가 속한 곳 너머의 다양한 문화권과 말이죠. 저에게 예술이란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열어젖히고, 서로를 연결하는 행위입니다. 저는 그동안 예술로부터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제가 무언가를 돌려주고 싶습니다.


어쩌면 언젠가 한국에서 전시를 열고, 저의 뮤즈를 직접 만날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순간, 저는 저에게 주어진 과정을 신뢰합니다. 그리고 저의 여정을 공유하고 뮤즈에 대해 이야기하며, 유럽인의 시각을 통해 일본과 한국의 관객들과 소통할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  u1 갤러리(도쿄/서울)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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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 에센 엘렌(Essen Ellen)
인스타그램 : @eexpressionista, @arttang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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