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화는 'Defining Moments'의 두 번째 챕터 'The Artist's Muse: What Inspires You(예술가의 뮤즈: 무엇이 당신을 움직이나요)'를 여는 첫 번째 인터뷰입니다.
계절마다 다르게 부는 바람, 그 안에서 떠오르는 기억들, 그리고 자신의 어떤 모습이든 지켜보며 여전히 곁에 머무는 존재들. 문서정 작가는 이처럼 보이지 않지만 가장 가까이 있는 것들로부터 창작의 동력을 이끌어 왔습니다. 실재하지 않는 마음의 풍경을 그려 온 작가에게 뮤즈란 명확한 순간이 아니라, 어느새 마음속 감정을 차지하게 된 존재이자 시간입니다.
연작 '心鏡(심경)'을 통해 작가는 아름답지만 아련한 감정을 흘러내리는 물을 매개로 여백과 형상에 담아냅니다. 함께했던 기억은 좋지만 떠올리기에는 너무 아픈, 그러나 다시 꺼내 보고픈 그런 감정입니다. 특히 <心鏡 12>는 뮤즈와 함께했던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파도와 바닷물에 씻어 버리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작업으로, 그 속에는 완성까지 이끈 기억과 존재들이 은유적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기약 없는 약속을 나눈 후에야 깨달은 감정의 본질, 음악과 계절의 향 속에서 뮤즈와 연결되는 방식, 그리고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발견한 창작의 의미가 작가의 목소리로 차분히 펼쳐집니다. 시간이 흐르며 변화해 온 뮤즈와의 관계, 그 안에서 발견한 자신의 감정적 깊이, 그리고 앞으로 탐색하고자 하는 물의 빛깔과 떨림까지, 창작을 지탱해 온 보이지 않는 실들이 작가의 언어로 조심스럽게 드러납니다.
본 텍스트는 작가의 진솔한 목소리를 최대한 그대로 살리고, 이해를 돕기 위한 최소한의 교열만 더했습니다. 이 기록이 문서정 작가의 작업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작은 통로가 되어, 각자의 뮤즈와 기억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이제 작가가 들려주는 뮤즈와 창작의 이야기 속으로 조용히 들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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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귀중한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화를 시작하며, 작가님의 작업과 현재 진행하고 계신 프로젝트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A. 저는 직접 방문한 곳들에 기초해 실재하지 않는 마음의 풍경을 그려요. 느꼈던 감정을 흘러내리는 물을 매개로 여백과 형상을 생성해요. 그런 그림을 통해 감상자들이 각자의 기억이나 시간을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작업의 목표이고요. 생생하지만 불분명한 기억들과 그 속에서 느껴지는 희미한 감정을 풍경으로 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사람마다 같은 시공간을 경험해도 다른 기억과 감정을 가지게 돼요. 저의 작업을 보시는 분들이 각자의 사적인 감정과 경험을 돌아볼 기회가 되시기를 바라요.
Q. 요즘 작업을 움직이는 가장 큰 영감은 무엇인가요? 그 대상을 처음 또렷이 자각했던 순간과 장면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바람 속에 떠오르는 것들이에요. 제가 있는 한국은 가을이 오며 바람이 불어와요. 계절에 함께했던 추억, 기억과 잊혀졌다가도 떠오르는 것이요. 변화하는 계절마다 부는 바람은 다른 느낌을 저에게 주거든요.
또렷이 자각했던 순간은 명확하지 않아요. 뮤즈들의 공통점이랄까요? 처음에는 저에게 영감을 준 존재로 발전할지 몰랐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제 마음속에 감정을 차지하는 존재가 되어 있더라구요.
요즘 작업을 하게 만드는 가장 큰 영감은 뮤즈의 보지 못했던 과거에요. 인생을 살아가며 과거, 현재, 미래를 같이할 수 있는 존재는 많지 않다고 느껴서요. 저의 어떤 모습이든 지켜보고 여전히 곁에 있어주는 존재들이 작업에서 영감을 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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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즈의 과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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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즈의 과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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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즈의 과거 |
Q. 그 만남이 남긴 감정은 무엇이었나요? 이후 작업의 방향이나 방법, 버린 습관과 새로 들인 태도가 있었다면 알려주세요.
A. 아름답지만 아련한 감정이에요. 제 작업의 주된 감정이기도 한데요. 함께했던 기억은 좋지만 떠올리기에는 너무 아픈.... 하지만 다시 꺼내 보고픈 그런 감정이에요. 현재가 제일 중요하기에 대상과 함께했던 노래를 듣거나 기억해 두어요. 상대가 느낀 시간과 감정은 다를지라도, 하늘 아래 다른 공간에 있어도 같이 들은 노래는 남기 때문이에요.
작업을 할 때의 태도는 비슷한 감정이 떠오를 때 해당되는 작업을 진행해요. 따라서 한 작업을 완전히 완성하고 다른 작업으로 넘어가기보다는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어요.
Q. 그 뮤즈는 작가님께 어떤 감각으로 다가오나요—빛, 소리, 공간의 기류, 촉감, 냄새 등? 색·질감·리듬(혹은 계절/하루의 시간)으로 비유해 주신다면요?
A. 음악을 들으며 떠오르기도 하고 계절의 향, 비나 눈이 내릴 때 다가와요. 촉감으로 느낄 수 없지만 누구보다도 가까이 있는 느낌이 들어요.
Q. 그 영감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작품 한 점을 소개해 주세요. 첫 스케치에서 완성까지의 흐름과, 재료·색·형태·스케일 등 핵심 선택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心鏡 12
여러 작업을 하고 전시나 페어에서 작품을 보일 때 반응이 좋은 작품 중 하나인데요. 스케치에서 완성까지 예측할 수 없었던 작업이에요. 작업을 구상하면서 느꼈던 감정은 평소 작업의 소재로 물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뮤즈와 함께했던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파도와 바닷물에 씻어 버리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었어요. 또 평소 어느 정도 계획을 세우고 작업하는데 밀도 있는 편이지만 완성까지 오래 걸린 편은 아니에요. 너무 잊고 싶어서 작업에 몰두했거든요. 완성까지 이끈 기억, 존재들이 은유적으로 드러나 있어 선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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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心鏡12 |
Q. 시간을 두고 돌아보았을 때, 뮤즈와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해 왔나요? 친밀함과 거리감의 순환, 혹은 새롭게 발견하게 된 면모가 있다면 들려주시겠습니까?
A. 시간이 흐르며 점차 가까워졌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 존재를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기약 없는 약속을 나눈 후에야, 감정이란 이성으로 억누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관계의 본질을 언어로 옮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그 시간을 기록했던 작가노트의 일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제야... 이제서야...
너이기에 나였기에 마음을 줄 수 있었음을
미안해, 사랑해 수없이 속삭이던 말
헤어질 결심이 어려운 만큼 만날 결심은 더 어려운 것을
이미 깨진 잔에 물을 채우려면 많은 힘이 드니까 결국 산산조각나버리니까...
비도 안 오고 공허한 밤하늘의 연속
너는 왜 날 떠올렸을까
-작가노트 中-
Q. 영감 혹은 뮤즈와 연결되기 위해 유지하는 루틴이나 작은 의식이 있을까요? 반대로 영감이 잠잠할 때는 무리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작업 리듬을 이어가시는지요.
A. 전 거의 매일 노래를 들어요. 일상 속 유일한 취미가 음악듣기와 운동이어서요. 운동을 하면서 생각을 비우고 음악을 들으며 감정적 영역을 회복하는 편이에요.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저와 타인의 삶을 공유하는 것도 작가로서 영감을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요즘 느끼고 있어요.
감정의 풍경을 그리는 만큼 억지로 영감을 짜내려고 하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것을 포착하고 집중하려 노력해요. 또한, 과거의 사진과 레퍼런스들을 쉴 때 보는 방식으로 작업의 구상과 리듬을 맞추어 가고 있어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하기에 작업의 흐름이 완전히 끊기지는 않는 것 같아요.
Q. 뮤즈를 따라가다 예상 밖의 길로 들어선 순간이 있으셨나요? 그때 어떤 선택을 하셨고, 작업과 자신에 대해 무엇을 배우셨는지 들려주세요.
A. 제가 이렇게 감정적일 수 있구나, 기댈 수 있구나. 하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스스로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더 발전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바빠도 뮤즈를 볼 수 있음에 행복했어요. ‘나’ 자신이 감정이 깊은 만큼 빠져들기도 헤어 나오기도 시간이 걸리는 편임을 깨달았어요. 이러한 저의 모습을 알아주는 소수의 사람에게 감사함과 애정을 더 표현하며 살아야겠다고 느꼈어요.
Q. 관객의 반응은 작가님과 뮤즈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뜻밖의 해석이나 대화가 다음 작업의 방향을 바꾼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A. 관객의 반응은 저와 뮤즈의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어요. 다만, 전시장에서 작품을 보일 때마다 헤어질 결심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고 하셔서 영화를 보게 되었어요. 관객의 반응과 대화를 통해 제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이 무엇인지 작가로서 어떤 것을 전달하고 싶은지 생각할 수 있게 되었어요 . 감상하며 작품이 슬퍼 보인다는 관객분도 계셨어요. 이후 작업에서 아련한 분위기를 더 연출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마냥 행복하지도 슬프지도 않은 두 가지의 감정이 한 화면에 공존하게 만들고 싶어서요.
Q. 핵심 영감에 충실함과 변화·확장의 필요 사이에서 균형은 어떻게 잡으시나요? 외부의 기대와 당신의 뮤즈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킬 때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했던 경험이 있었는지요.
A. 변화와 확장은 기법에 중점을 두고 작업하고 있어요. 외부의 기대는 소장을 위해 소품 작업도 많이 하길 바라시더라고요. 근데 저의 작업 기법과 즉흥성이 드러나기 위해서 심경 작업은 소품에 제한되는 지점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두 스타일의 작업을 병행하고 있어요. 영감에 대해 상충되는 부분이 아직은 없어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 그 뮤즈는 어디로 향할까요? 새로 탐색하고 싶은 영역과, 그곳으로 작가님을 이끄는 끌림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 멋지고 행복한 길로 향하기를 바래요. 그러길 바라고요. 새롭게 탐색하고 싶은 점은 물의 빛깔에 대해 탐색해 보고 싶어요. 물결의 떨림, 색이 다르더라구요. 계절의 변화가 다르듯이 물도 영향을 받아 변화하더라고요. 이에 감정의 표현, 풍경을 더 풍성하게 화면에 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어요. 탐색 후에 제 작업도 영향을 받는다면 여백과 형상의 관계, 색상에 변화가 생길 것 같아요. 이전보다 더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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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心鏡 12 |
Contact
아티스트 : Seojeong Moon
인스타그램 : @moorin.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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